
빙어축제 연가 1: 추위, 낚싯대, 그리고 입 안에서 터진 웃음
도시 남자 김철수는 평생 낚시를 해본 적 없었다. 그의 낚시 경험은 어릴 적 공원 연못에서 망태기로 금붕어를 훔치던 게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겨울, 친구 태영이의 "빙어축제 가자"는 권유에 휩쓸려 강원도 청평호로 향했다. 철수는 패딩을 껴입고도 떨리는 손으로 낚싯대를 쥐었다. "이게 진짜 동계 스포츠라고?" 그의 입에서 나온 백색 입김은 순식간에 얼어붙을 듯했다.
첫 낚시 시도는 참담했다. 철수가 구멍 뚫린 얼음 앞에 앉자마자 옆 자리 아저씨가 벌써 빙어 세 마리를 들어 올렸다. "초보시죠? 미끼를 살짝 흔들어야 해요." 아저씨의 조언을 들은 철수는 열심히 흔들었다. 너무 열심히 흔든 나머지 낚싯대가 얼음 구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저씨! 이거 어떻게 하죠?" 아저씨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거 보험 들었어요? 제 건 작년에 동결됐다오."
굶주림에 지친 철수는 튀김 가게로 향했다. "이거 얼마나 맵죠?" 철수의 질문에 주인아주머니가 빙글 웃으며 답했다. "맵기는 개미가 매워요." 첫 입을 뜨자마자 그는 후회했다. 튀김 속 고추가 그의 혀를 공격했고, 눈물과 콧물이 얼굴을 적셨다. "이건 빙어가 아니라 화산이에요!" 옆에서 먹던 할머니가 한 마디 했다. "젊은이, 그거 먹고 살아남으면 결혼해도 될 거다."
밤이 되자 호숫가엔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철수는 불꽃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 지연을 만났다. "너 여기 왜 왔어?" "태영이 자식이 낚시하자고 해서." 지연은 빙그레 웃으며 작은 냄비를 꺼냈다. "이거 먹어봐. 내가 잡은 빙어로 만든 수프야." 철수가 조심스럽게 입에 넣자, 이번엔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터졌다. "이게 무슨 맛이야? 라면 수프 같잖아!" "정확해. 라면 수프에 빙어 넣었어. 현지 적응 버전이지."
축제 마지막 날, 철수는 간신히 손바닥만 한 빙어 한 마리를 잡았다. "야! 나 잡았다!" 그의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그 빙어는 기름 속에서 황금빛으로 변했고, 첫 입에 그는 입술을 데었다. "아 뜨거워!" 그 순간 태영이 폭소하며 말했다. "이제 너도 진정한 빙어 인간이 됐어." 철수는 데인 입술을 핥으며 생각했다. '내년엔 반드시 두 마리 잡아야지.'
호수 위로 눈이 내렸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에서 빙어 튀김 기름을 닦아주며 헤어졌다. 철수의 폰에는 지연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내년에 뭐 타고 올래? 낚싯대 말고." 그는 입가에 맺힌 눈송이를 털어내며 답장을 썼다. "스키장 썰매. 튀김은 네가 잡아."

빙어축제 연가 2: 눈덮인 추억과 튀김의 복수
철수는 내년 빙어축제를 위해 비밀 훈련을 시작했다. 그의 집 베란다는 낚싯대 세 개, 튀김 기름 한 통, 그리고 '빙어 낚시의 신'이라는 제목의 도서관 대출 책으로 가득 찼다. "이번엔 반드시 두 마리 이상 잡겠어." 그는 유튜브에서 본 대로 얼음 구멍 뚫는 법을 연습했고, 화분의 흙을 파헤치며 "여기가 청평호다!"라고 외쳤다. 이웃 아주머니가 경찰에 신고할 뻔한 건 비밀이다.
드디어 축제 당일, 철수는 태영과 지연을 만났다. 태영은 새로 산 초음파 어탐지기를 자랑했고, 지연은 작년과 똑같은 라면 수프 냄비를 들고 왔다. "이번엔 진짜 빙어 수프야." 철수가 눈총을 보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50% 확신해. 나머지 50%는… 라면이야."
첫 낚시 시도에서 철수는 작년의 교훈을 살려 미끼를 살살 흔들었다. 그 순간, 낚싯대가 휘어지며 뭔가 걸렸다! "잡았다! 이번엔 진짜다!" 힘차게 당기자—겨울 바지 한 벌이 걸려 나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중얼거렸다. "저런 건 50년 만에 처음 보네. 청평호의 전설이 될 걸세." 태영은 빙그레 웃으며 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이거 인스타에 올리면 10만 좋아요 간다!"
점심시간, 튀김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철수를 알아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작년에 혀 폭발시킨 학생이네? 이번엔 특제 순한 맛으로 준비했어." 첫 모금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 철수가 외쳤다. "순한 맛이 이 정도면 매운맛은 원자폭탄이었나요?" 아주머니가 당황하며 재료 표를 확인했는데, 알고 보니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를 두 배로 넣은 사고였다. "이런, 눈이 침침해서 보라색 가루는 다 같은 줄 알았지 뭐야."
해가 지자 모닥불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철수의 '바지 낚시' 이야기로 들썩였다. 누군가 그에게 축배를 들자 철수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청평호가 준 경고예요. 다음엔 반드시 진짜를…"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이 갈라졌다. 모두가 얼어붙은(말 그대로) 가운데, 지연이 작은 얼음 조각을 집어 올렸다. "이거… 빙어가 아니라 진짜 얼음 조각인데?" 알고 보니 태영이 장난으로 얼음 아래서 줄을 당긴 거였다. "이게 바로 빙어 유령 전설이야!"라는 그의 변명에 사람들은 웃음보다는 눈물을 먼저 흘렸다.
축제 마지막 날, 철수는 드디어 빙어 한 마리를 제대로 잡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 빙어가 튀김 기름 속에서 살아서 튀어 오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상에! 이게 무슨 튀김 스턴트야?" 주방장이 당황해 칼을 들었지만, 빙어는 철수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 호수로 돌아갔다. 지연이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네가 진정으로 자유를 준 거야. 동화 같은 결말이네."
귀경 길에 차가 눈에 빠졌다. 철수와 태영이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나가 밀던 중, 지연이 핸드폰 라이트로 길을 비추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여기서 내년까지 겨울잠 자는 게 나을지도." 그 말을 듣자마자 철수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은 얼어붙은 호수를 바라보며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라면 스프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내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