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어축제 연가 3: 복수의 빙어와 눈보라의 맹세
철수는 올해의 빙어축제를 위해 역대급 준비를 했다. 그의 방 벽은 ‘작년의 바지’ 사진으로 도배되었고, 알람 소리는 낚싯대가 물속으로 미끄러지는 소리로 설정됐다. 심지어 그는 유튜브에 ‘1분 만에 빙어 잡는 법’ 강의를 올렸다. 구독자 7명 중 5명이 가족이었단 건 비밀.
태영과 지연은 철수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태영은 이번에 드론을, 지연은 라면 수프 대신 ‘신비의 소스’를 들고 왔다. “이번엔 진짜야. 중국산 마라소스를 섞었어.” 철수는 이미 혀가 저릴 것 같아 뒷목을 잡았다. “내 생애 마지막 빙어축제가 될 것 같아.”
올해 축제장은 특별히 ‘빙어 왕 선발전’이 열렸다. 상금은 청평호 1년 무제한 입장권. “이건 내 거야!” 철수가 선언하자, 옆에서 웃음이 터졌다. 프로 낚시꾼으로 보이는 남자가 손가락으로 철수의 낚싯대를 툭 쳤다. “저걸로? 차라리 손가락으로 낚아.” 태영이 드론을 날리며 중재에 나섰다. “저기요, 우리 친구 좀 보세요. 작년에 바지 낚은 전설이에요.”
첫 시합 시작 10분 만에 프로 낚시꾼은 빙어 10마리를 올렸다. 철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미끼를 흔들었고, 마침내 낚싯대가 휘어졌다! 당기자—작년에 도망간 그 빙어가 걸려 나왔다. 몸집은 두 배로 커져 있었고, 눈에는 복수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야, 이거 반드시 SNS에 올려야 해!” 태영이 소리치자 빙어가 꼬리를 휘둘러 그의 드론을 호수에 수장시켰다. “내 드론! 이 빙어 대체 뭐야?!”
점심시간, 지연의 ‘신비의 소스’는 재앙이 됐다. 철수가 첫 입을 떼자마자 주변 눈이 녹기 시작했고, 튀김 기름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건 마라소스가 아니라 용암이야!” 주방장이 소화기를 들고 달려왔다. “누가 불량 라면 수프 갖고 온 거야?!” 지연은 얼굴을 붉히며 변명했다. “마라맛은 처음이라… 양 조절을 잘못했나 봐.”
시합 마지막 10분, 철수는 체념하고 빙어 왕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 순간, 프로 낚시꾼의 낚싯대가 부러지며 신음소리가 터졌다. 복수의 빙어가 그를 물고 늘어졌다! “도와줘! 이 빙어가 날 당기고 있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철수는 급히 낚싯대를 던졌다. 빙어는 고개를 돌려 철수의 낚싯대를 물고—꽝! 프로 낚시꾼을 호수로 끌고 들어갔다. “상금은 필요 없어! 그냥 살려줘!”
결국 ‘빙어 왕’ 타이틀은 빙어 자신에게 돌아갔다. 축제 위원회는 당황한 채 트로피 대신 튀김 한 접시를 올렸다. “이게 뭐야?” 지연이 묻자 위원장이 대답했다. “트로피 예산으로 튀김을 샀어요. 맛있게 드세요.”
귀가 길, 차에서 세 사람은 침묵을 깼다. “내년엔 드론 대신 그물을 가져올까?” 태영이 중얼거렸다. “난 라면 수프를 버리고 컵라면을 준비해야겠어.” 지연이 웃었다. 철수는 창밖을 보며 선언했다. “내년엔 반드시 그 빙어를 잡을 거야. 아니… 그냥 같이 놀래.”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속도로에서 그들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라디오에서는 빙어 축제 소식이 흘러나왔다. “현재 청평호에선 거대 빙어 출몰로 인한 비상사태가 선포됐습니다. 시민들은 안전을 위해…”

빙어축제 연가 4: 리얼리티 쇼와 눈보라의 스타
TV에 나가면 인생이 바뀐다던데…
청평호 빙어축제가 올해부터 '얼음 왕좌'라는 리얼리티 쇼의 무대로 변했다. 상금 1억 원에 울린 철수는 태영과 지연을 설득해 출연했다. 제작진의 첫 미션은 "1시간 내 최다 빙어 낚시". 프로 낚시꾼, 요리사, 연예인 등 경쟁자들이 포진한 가운데, 철수는 카메라를 향해 으쓱했다. "전 작년에 바지 낚은 전설이에요. 이번엔 진짜로…" 그 말끝을 잇기 전, 옆에서 태영의 드론이 날아올라 MC 머리를 스쳤다. "이건 예고된 사고 아니에요!" MC의 비명에 제작진이 허둥댔다.
핫! 이건 화염 낚시대!
두 번째 미션은 "빙어로 매운맛 승부". 지연은 작년의 '마라 소스 사태'를 교훈 삼아 고춧가루 대신 하바네로를 준비했다. 철수가 첫 입을 떼자마자 눈썹이 타들어갔다. "이건 빙어가 아니라 지옥불이야!" 그의 비명에 MC가 달려왔지만, 카메라 앞에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와~ 진짜 매운맛의 승리네요! 상품으로 소화제 드릴게요!" 한편, 태영은 미션을 피해 화장실로 도주했지만, 추위에 얼어붙은 문에 갇혀 SOS를 보냈다. "여긴 북극이에요! 문 따고 나가면 인기 YouTuber 될 거야!"
전설의 빙어, 리얼리티를 습격하다
마지막 미션 "빙어 왕 선발전" 도중, 호수 아래서 우르르 소리가 났다. 작년에 철수를 곤란하게 했던 그 빙어가 20마리의 군단을 이끌고 나타난 것! 프로 낚시꾼의 낚싯대를 부수고, 카메라 드론을 집어삼키더니 MC의 머리에 점프했다. "이거 특수효과예요? 대박!" 제작진이 오해하는 사이, 철수는 빙어 군단과 눈싸움을 시작했다. "야, 내가 널 트로피로 만들려고 한 거 아니야! 그냥 친구 하자!" 빙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연이 라면 스프 냄비를 내밀었다. "이거 먹을래? 50%는 라맛이야."
우리가 진짜 스타야… 눈보라 속에서
촬영 장비가 박살 나고 MC는 기절한 채로, 제작진은 도망쳤다. 철수 일행은 눈보라 속에서 빙어 군단과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리얼리티지." 태영이 빙어 눈사람에 드론 잔해를 장식하자, 지연이 털모자를 빙어에게 씌웠다. "너희도 이제 유명인사다." 그 순간, 철수의 폰에 알림이 왔다. '얼음 왕좌' 방송 무산 소식. 하지만 그들의 투쟁 영상은 500만 뷰를 돌파했다. 댓글은 하나같이 "다음 시즌은 이 분들로 해주세요!"
귀가 길, 차 안에서 세 사람은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내년엔 우리가 직접 프로그램 만드는 거 어때?" 철수의 제안에 태영이 드론 조종기를 흔들었다. "제목은 '빙어와 눈보라의 콜라보'!" 지연은 라면 수프 냄비를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출연료로 라면 한 박스씩은 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