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어축제 연가 5: 눈의 제국과 라면 수프 전쟁
강철의 낚시꾼, 그러나 추위 앞에 무릎을 꿇다
청평호는 이번 겨울 유례없는 한파에 휩싸였다. 기상청은 경고를 발령했지만, 철수는 눈보라 속에서도 낚싯대를 꽉 쥐고 있었다. "내년 빙어왕은 나야." 그의 왼손엔 초정밀 어탐지기, 오른손엔 방한용 핵융합 핫팩(광고 문구: -100°C까지 버텨!)이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핫팩은 10분 만에 얼어붙었고, 어탐지기는 눈 속에 파묻힌 빙어 대신 태영의 분실한 아이폰을 찾아냈다. "야, 이거 내 거야!" 태영이 소리치자 철수는 얼어붙은 미소를 지었다. "수수료 10만 원."
한편, 지연은 축제장 입구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었다. 그녀의 목표는 '라면 수프로 세계 평정'. 지난해 마라 소스 참사 이후, 그녀는 미식 유튜브 37개를 정주행 하며 '불맛 없는 매콤함'을 연구했다. "이번엔 고구마 맛으로 승부한다." 냄비 속에서 이상한 보라색 액체가 끓어올랐다.
눈의 제국: 폭설이 가져온 혼돈의 서막
축제 둘째 날, 예보보다 3배 강한 눈보라가 청평호를 덮쳤다. 텐트는 눈 속에 묻혔고, 튀김 가게는 순식간에 아이스크림 가게로 변했다. 철수 일행은 간신히 폐업한 낚시 용품점으로 대피했다. "여기서 죽을 순 없어!" 태영이 외치자 창문 밖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프로 낚시꾼 김대길, 그는 눈보라 속에서도 빙어 15마리를 낚은 채 여유 있게 서 있었다. "난 천재니까." 그의 오만한 말에 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눈보라 속 대결 어때?"
규칙은 간단했다. 2시간 내 더 많은 빙어를 낚는 쪽이 승리. 상대의 낚싯대를 훔쳐도 되지만, 튀김 기름으로 얼굴을 맞추면 실격. "시작!" 신호와 함께 태영의 드론이 날아올랐으나 눈보라에 추락했다. "이건 반칙이야!" 태영이 항의하자 김대길이 비웃었다. "장비빨은 실력이야, 꼬맹아."
라면 스프 전쟁: 보라색 악마의 출현
대결이 한창인 사이, 지연의 라면 수프 실험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그녀는 우연히 축제장 뒤편에서 발견한 야생 허브를 넣었고, 수프는 점차 보라색 기운을 뿜기 시작했다. 첫 시식자는 길 잃은 순록이었다. 순록이 수프를 핥자 갑자기 눈 위를 100km/h로 질주했다. "이건… 몸속에 눈사람 엔진이 달린 거야?"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마법의 수프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지연은 당황했다. "아직 실험 단계라고요!" 하지만 이미 늦었다. 수프를 마신 한 할머니가 눈썰매를 타고 공중제비를 돌았고, 아이스하키 선수는 슈퍼 슛을 날렸다. 김대길이 이 소동에 휘말려 빙어를 놓치자 철수가 기회를 잡았다. "지금이야!"
빙어 왕의 귀환: 복수는 나의 것
철수가 빙어를 낚아 올리는 순간, 호수 아래서 울림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작년의 복수 빙어가 50마리의 군단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이번엔 머리에 작은 왕관을 쓰고 있었다. "저거… 진짜 왕이 됐네?" 태영이 중얼거렸다. 빙어 군단은 김대길의 낚싯대를 부수고, 튀김 가마솥을 전복시켰다. 지연의 수프 냄비를 노려보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먹고 싶으면 말을 해!"
혼란 속에서 철수는 빙어 왕과 눈싸움을 시작했다. "난 이제 널 적이 아니라 친구로 봐!" 그는 작년에 잡았다가 놓아준 빙어를 가리켰다. 빙어 왕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철수가 지연의 수프를 올렸다. "한 입만 먹어봐. 50%는 친절함이야." 빙어 왕이 조심스럽게 먹더니 갑자기 몸이 반짝이며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이봐! 내 수프가 부양 기능까지?!"
결전: 눈보라를 넘어 우정을 낚아올려라
빙어 왕의 부양으로 눈보라가 걷히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공중에 떠 있는 빙어 군단, 날아다니는 순록, 그리고 수프에 취한 아이스하키 선수들. 김대길은 이 광경에 넋을 잃고 말했다.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철수는 빙어 왕과 손을 잡았다. (정확히는 지느러미) "우리 같이 축제를 구하자." 빙어 군단은 눈을 모아 대지를 덮었고, 지연의 수프로 추위를 이기는 열기를 만들었다. 태영은 드론을 수리해 폐허가 된 무대에 라이트 쇼를 연출했다. "이게 진짜 얼음 왕좌다!"
축제의 클라이맥스에서 철수는 선언했다. "이제 빙어왕은 필요 없어. 모두가 왕이야!" 사람들은 얼어붙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고, 빙어 군단은 호수로 돌아갔다. 하지만 왕은 철수에게 작은 눈 결정을 선물했다. "언제든 다시 올게."
새벽의 청평호: 라면 스프와 눈물의 맛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 눈보라는 마치 꿈처럼 사라졌다. 철수 일행은 폐 낚시 용품점에서 라면을 끓이며 밤을 지새웠다. "이번엔 정말 맹세할게." 지연이 말했다. "내년엔 라면 수프 대신… 컵라면을 가져올게."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태영이 드론으로 찍은 영상은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제목은 "빙어왕 vs 인간왕: 눈의 전쟁". 댓글란은 "다음 편은 언제 나와요?"로 폭주했다. 철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내년엔 더 큰 눈보라가 올 거야. 하지만 우린 준비됐지."
그 순간, 빙어 왕이 호수 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인사했다. 지연이 라면 국물을 뿌리자 그들은 다시 웃었다. "이제 라면 수프도 추억이 되겠네."